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면 된다.
클로즈업. 시애틀. 전쟁.
응? 셰프얘기라며? 응. 셰프가 주인공인 얘기야.
이 세상 셰프스토리는 우릴대로 우려낸 사골뼈다귀라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직전이잖아 . 미슐랭 별과 명성있는 셰프가 일단 폭망한 뒤, 사랑을 하거나, 다시 성공을 하거나. 그러므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스토러라는 제작자/감독/작가의 소신있는 결정과 추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TV 시리즈에서 이처럼 과도하게 많은 클로즈업.
예쁘고 보기좋은 요리의 클로즈업이라면 말을 안해, 후진 키친에서 고래고래 성질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는 이 쪽도 같이 스트레스를 받으란 건가? 이래선 1화도 견디기 힘들겠어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걸 생각할 시간도 없이 (러닝타임도 짧으니) 미친 런치타임처럼 후루룩 끝나버린다. 그러고나면 음…그래서 이게 무슨 얘기지? 이 사람들이 싸우다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같이 협력한다는 얘긴가? 2화를 보면,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왜냐구? 다시 미친 런치타임이 찾아오거든. 런치타임 식당 주방이 얼마나 광란의 도가니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적은 물밀듯이 밀려오고, 칼 하나로 그들을 모두 물리치고 있다. 누가 누굴 도와줄 겨를도 없다.
감독이 뚝심있게 밀고나간 클로즈업이 아니었으면 이 압박감과 긴장감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시애틀.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삼을 땐, 그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걸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에선 시애틀의 관광명소는 한 곳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도시 풍경이 몇 컷이나 나오는지도 가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이 있다. 이 식당과 사람들이 시애틀이다. 영화 <콜미바이네임> 영화음악으로 더 유명해진, 수프얀 스티븐스 Sufjan Stevens이 시애틀 사람이란건 여기서 처음 알았지만, 자랑할만 하지.
세상의 모든 셰프 스토리에 질렸다면, 새로운 드라마의 희망을 찾고 싶다면.
당신의 베어와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The Bear
10 ep. S1. 2022 HULU
Created by Christopher Sto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