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친놈도 많은데, 뭘 나까지…어떻게든 피해보려 했다. 하지만 이 이상한 드라마가 나타난 이후 아직까지 이보다 요상한 이야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간단하게는 타임슬립 로맨스, 리쯔웨이와 모쥔제로 최종 남친 월드컵을 고민하기, 상견니 일타강사의 타임라인 정리 강의를 보고 다시보며 타임라인 맞춰보기, 우바이 노래 무한반복듣기, 촬영지 대만여행루트짜기, 허광환 필모깨기, 상견니 얼터 엔딩 상상하기, 상견니 영화보기… 상견니로 노는 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내가 이 드라마를 (결국) 말하고 마는 이유는 그것때문이 아니다.
로맨스물인줄 알았더니 타임슬립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 흔하다.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도 나오고 대만이 쫌 청춘물을 잘 하지. 그러니까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뭐?!!!! 타임슬립한 내가, 내가 아니라고? 그래, 그 정도는 뭐 닮은 사람이라 치고, 그래서 눈 앞에 있는 내 남친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알고보니 내 남친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 그런데 갑자기 청춘의 삼각관계? 그렇게 푸릇푸릇한 로맨틱 시즌일 줄 알았지? 그런 순수한 얘기는 집어쳐- 넌 몇 달 후 죽는다. 헐!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 금방 범인의 현재와 과거까지 알려준다. 응? 어떻게, 왜 당하는거야? 알고보니 여기서부터 범죄추리물?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어린 시절의 다른 나. 으응? 뭐야, 그럼 타임슬립한 나는 누구? 왜 여기? 내 남친을 닮은 넌 누구? 이거 로맨스 타임슬립이라며?
이렇게 대충 스토리를 펼쳐놓으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보다 더 대막장 대혼돈의 이야기. 하지만 상견니의 작가와 감독은 드라마 <로키 2021>의 타임키퍼급. 이 대혼란의 타임버스(멀티버스 아님)를 심지어 이해하지 못해도 될 정도로 순조롭게 잘 꿰어 예쁜 목걸이를 만들었다. 오직 “너를 보고 싶어” 라는 심플한 바램 하나 만으로.
….라는 복잡한 얘기도 다 필요없다.
<상견니>는 드라마로 노는 법을 만들어낸 21세기 드라마다.
想見你 Someday or One Day
13ep, 2019 CTV Taiwan
Written by Chien Chi-feng (簡奇峯) Lin Hsin-hui (林欣慧)
Directed by Huang Tien-jen (黃天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