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베프 IRMA VEP 2020

평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보다는 직감을 믿는 편이지만, 이것만큼은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시리즈 <이마베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서가 있다. 먼저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장만옥과 찍은 1996년 영화 <이마베프>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글 (KMDB 세계영화사의 순간들 by 정성일)을 읽으면  영화 역사상 감독 루이 푀아야드의 <흡혈귀 강도단>이라는 영화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왜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이 영화를 다시 TV 시리즈로 만들려고 한 건지, 그리고 왜 A24가 이 시리즈를 제작했는지 (고마운 일이다) 또 어느 에피소드 안에서 감독 르네 비달의 입을 통해 말하듯, 이건 TV 시리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상영시간이 긴 영화를 찍고 있는 거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이 난잡한 이야기의 흐름이 모두 정리가 된다. 이것은 <이마베프>의 리메이킹에 참여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분한 유명 여배우 미라 하버그가 영화를 찍거나 혹은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필름메이킹에 대한 ‘시리즈 필름’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얘긴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영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칼로 나뉜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아닌, 서로에게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믿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영화로 아름답다는 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더 없는 위로가 될 드라마가 될 것이다. 

처음보다 뒤로 갈 수록 더 풍미가 짙어진다. 

“영화는 빛의 운반자 루시퍼를 부르는 흑마법이다…..” “어둠보다 빛에 다가가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라는 멋진 대사도 나오니까. 

IRMA VEP 

8ep. 2020. HBO , A24

Created, written and directed by

Olivier Assayas